정상 작동하던 웹을 일부러 망가뜨려본 이유
ChatGPT Image 2026년 1월 30일 오전 09 33 13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웹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건 안정성이었다. 오류 없이 돌아가고, 누구나 익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조. 그게 당연한 목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완성된 화면을 보고도 재미가 없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잘 만들어졌는데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계기는 아주 사소했다. 내부 테스트용으로 만든 페이지에서 일부러 네비게이션 순서를 뒤집어 본 적이 있다. 사용자는 불편해했고, 동료는 고개를 저었지만, 로그를 살펴보니 예상과 다른 행동 패턴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멈추고, 다시 읽고, 고민했다. 그 짧은 지점이 묘하게 인상에 남았다.

그 이후로는 ‘잘 만든 웹’보다 ‘조금 이상한 웹’에 관심이 생겼다. 모든 버튼이 친절할 필요는 없고, 모든 흐름이 매끄러울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사용자가 길을 잃는 순간이 가장 많은 정보를 남긴다. 어디서 멈췄는지, 왜 뒤로 돌아갔는지, 무엇을 기대했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웹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일부러 규칙을 어겨보는 실험을 종종 한다. 구조를 단순화하거나, 반대로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실패한 경우가 더 많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데이터와 감각은 꽤 솔직하다. 문서로 정리하지 않으면 금방 사라질 종류의 경험들이라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 공간에 적히는 내용들은 완성된 해답이 아니다. 특정 기술을 추천하거나 정답을 제시하려는 목적도 없다. 다만 정상이라는 기준에서 살짝 벗어났을 때 웹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관찰했는지를 남겨두고 싶었다. 언젠가 다시 비슷한 실험을 하게 될 때, 이 기록들이 방향을 잡아줄지도 모른다.

최도원 연구원